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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 암살 시도로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가운데, 그의 재선이 유럽 경제에 제기할 위험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재선 시 유럽과 미국 사이 새로운 무역 긴장, 유럽 동맹국 안보 부담 분담 요구, 미국의 대중 경제 안보 정책 이행 요구 및 이에 따른 중국 경제 보복 가능성 등의 위험으로 유로존 국내 총생산의 약 1%에 해당하는 타격이 발생할 것이며, 독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기반 국가인 한국 역시 트럼프 당선 시 경제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재선 시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
7월, 펜실베이니아 선거 유세장에서 벌어진 트럼프 암살 시도가 미국과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워싱턴 소재 독일 마셜 펀드 씽크 탱크의 선임 연구원 잭슨 제인스는 이 사건이 민주당 지지층을 흔들지는 않겠지만 중도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1] 총격 사건 후 트럼프는 여론조사 지지율 52%로 47%인 바이든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2]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 시 유럽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재선 시 유로존 국내 총생산의 약 1%에 해당하는 1,500억 유로의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미국 국내 규제 완화 및 감세로 인한 경제 활동 촉진이 유럽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3]
[유럽과 미국 사이 새로운 무역 긴장]
트럼프는 유럽을 포함해 모든 미국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해 유럽과 미국의 무역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특히 최대 무역 흑자를 유지해온 유로 지역 최대 대미 수출 국가인 독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자국 경제에서 제조업 비율이 큰 이탈리아와 핀란드의 피해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된다. [4]
이와 같은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이미 2018~19년 EU국가의 산업 생산을 2% 감소시킨 바 있다. 과거 임기 동안 트럼프가 미국이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맞대응했고, 관세 인상의 타 부문 적용에 대한 우려가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3]
[트럼프의 유럽 동맹국 안보 부담 분담 요구]
트럼프의 승리는 유럽에 새로운 안보 압력을 가할 것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히며 유럽 국가의 안보 부담 분담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특히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원조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밴스를 러닝 메이트로 선택하면서 이러한 전망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밴스는 과거 미국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지연시킨 바 있다. [5]
나아가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GDP 대비 2%의 국방비 지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재선 시 유럽 국가들이 매년 GDP의 0.5%에 해당하는 국방비를 추가 지출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반면 이 추가 지출이 경제 지출에 경제 성장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3]
[미국의 대중 경제 안보 정책 이행 요구에 따른 중국 경제 보복 가능성]
트럼프 본인은 유럽과 중국 모두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내각은 중국 관련 기술 및 수출 통제, 사이버 보안 조치,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투자 심사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대중 경제 안보 정책 이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은 미국의 요구와 중국의 보복 위험 사이에서 미중 무역 정책에 휘말릴 위험을 겪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당선 시 더욱 예측 불가능한 대중 정책이 이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같은 전통 서방 우방국의 필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6]
이와 같이 트럼프의 재선은 유럽 경제에 무역 긴장, 안보 지출 증가 요구, 대중 경제 안보 정책 이행 요구라는 세 가지 경제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장기 금리 상승의 영향은 유로화 약세로 상쇄되어 순 금융 파급 효과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재선이 유럽 경제에 제시하는 세 가지 위험은 한국에도 모두 적용되는 사안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과거 모델이자 현재 매우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이 가장 큰 경제 위협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독일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기반 경제를 가지고 있으며 개방성 및 의존도가 높고 역대 상반기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7] 역시 바짝 긴장해야 한다.
한편 유럽의 언론계와 정계, 금융계에서는 트럼프 재선 성공 시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관련 논의가 거의 전무하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증가에 따른 개별 투자 전략에 대한 논의만 활발히 이루어질 뿐 거시 정책 대응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 한국은 유럽의 논의 및 대책 수립을 면밀히 참고하여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경제적 대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mica03@yonsei.ac.kr
[1] 정인환. (2024, June 22). 유럽 극우, 이대로 대세? 한겨레21. Retrieved from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55699.html
[2] 신민경. (2024, June 22). “대통령이 밀리면 경제 위기”경고... 한국 투자자 ‘초긴장’ [신민경의 테마록]. 한경. Retrieved fr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130626
[3] Mackintosh, J. (2024, June 13). Why Bond Markets Are So Spooked by the French Election. The Wall Street Journal. Retrived from. https://www.wsj.com/economy/global/why-bond-markets-are-so-spooked-by-the-french-election-7c4dd9ec?mod=Searchresults_pos2&page=1
[4] Hannon, P. (2024, June 19) EU Recommends Disciplinary Action Against France for Excessive Deficit. The Wall Street Journal. Retrived from https://www.wsj.com/world/europe/eu-recommends-disciplinary-action-against-france-for-excessive-deficit-4325be94?mod=WTRN_pos7&cx_testId=3&cx_testVariant=cx_163&cx_artPos=6
[5] Sindreu. J. (2024, June 17) French Markets Could Do With More Sangfroid. The Wall Street Journal. Retrived from. https://www.wsj.com/finance/french-markets-could-do-with-more-sangfroid-e09fbdfb?mod=Searchresults_pos6&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