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55억 유로를 투자하는 ‘마테이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이탈리아와 아프리카의 상호 번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에 어려워 보이는 이탈리아의 부족한 재정과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 지식 등으로 인해 회의론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본문
지난 29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의 상원의사당에서 열린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마테이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대륙 45개국의 정상 또는 대표가 참석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세계은행과 UN 기구 대표 또한 자리를 함께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가 마테이 계획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 55억 유로(약 8조원)를 투자하여 에너지, 기반 시설, 교육 등에 있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번영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테이'는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 초대 회장인 엔리코 마테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1950년대 마테이 전 회장이 상호 번영을 목표로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협력했던 방식을 현 이탈리아 정부도 따르겠다는 취지를 이름에 담은 것이다.[1]
마테이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이주민 억제, 에너지 안보, 아프리카와 EU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지중해에서 보트를 타고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가 그 전년도 대비 50% 증가하였고[2], 멜로니 총리는 투자에 대한 대가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엄격한 국제 통제를 원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멜로니 총리는 이번 계획을 통해 이탈리아를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 운송 허브로서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3]
그러나 마테이 계획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정상회의에 참여한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며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마테이 계획을 두고 “기꺼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이탈리아가 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이것이 “말로만 하는 약속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협력을 기반으로 계획을 이행해야 함을 당부했다.[4]
이에 더하여 전문가들은 국가 부채가 많은 이탈리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재정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이번 정상회의에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테이 계획이 EU 차원의 계획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밀라노 국제정치연구소(ISPI)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반니 카르보네는 이를 두고 이탈리아가 “마테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아프리카 개발 지식이나 경험이 이탈리아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5]
함의
이탈리아는 프랑스나 독일처럼 아프리카에 대대적인 식민지를 경영한 역사가 없기에 EU 회원국 중 아프리카와 ‘동등한 위치’에서 전략적인 파트너쉽을 체결할 수 있는 몇 개의 국가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가디언지의 제이미 맥케이 기자는 정작 이탈리아 마피아에 의해 조직적으로 착취되는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문제, 이탈리아의 혈통주의 때문에 시민으로서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이탈리아인들의 문제들은 멜로니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마테이 계획의 위선을 비난하기도 한다.[6]
이번 계획이 이탈리아가 아닌 유럽 전체의 계획으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유럽이 경제 지원을 미끼로 아프리카 등의 비EU 지역을 편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영국과 이탈리아는 이의 단적인 사례 중 하나로서 각각 르완다와 알바니아에 경제 지원을 하는 대신 그곳으로 난민 신청자를 보내 난민 심사를 받게 한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협약은 영국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이탈리아 헌재는 지난달 이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인권단체 등의 극심한 반발을 직면해야 했다.[7]
마테이 계획에 대한 이와 같은 우려가 기우이고, 파키 AU 집행위원장이 발언한 것과 같이 EU와 아프리카가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길 기대해본다.[8]
Author
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A. Giuffrida. (2024, Jan 29). Meloni to unveil plan to expand Italian influence in Africa. The Guardian.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jan/29/meloni-to-unveil-plan-to-expand-italian-influence-in-africa
[2] Significant rise in irregular border crossings in 2023, highest since 2016. (2024, Jan 26). Frontex. Retrieved from https://www.frontex.europa.eu/media-centre/news/news-release/significant-rise-in-irregular-border-crossings-in-2023-highest-since-2016-C0gGpm
[3] 신창용. (2024. 1. 30). 멜로니 伊총리, 아프리카 8조원 투자 '마테이 계획' 발표. 연합뉴스. Retrieved from https://www.yna.co.kr/view/AKR20240130000700109?input=1195m
[4] Speech by H.E. Moussa Faki Mahamat, Chairperson of the African Union Commission, at the Italy – Africa Summit: A Bridge for Common Growth. (2024, Jan 29). African Union. Retrieved from https://au.int/en/speeches/20240129/he-moussa-faki-mahamat-italy-africa-summit-speech
[5] G. Carbone. (2023, Aug 3). Italy in Africa: Reasons, Projects and Questions on a Possible Relaunch. ISPI. Retrieved from https://www.ispionline.it/en/publication/italy-in-africa-reasons-projects-and-questions-on-a-possible-relaunch-138265
[6] J. Mackay. (2024, Feb 5). What’s behind Italy’s Africa initiative? Gas, cynicism and an unspoken colonial past. The Guardian.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4/feb/05/italy-africa-initiative-gas-giorgia-meloni-eu
[7] L. Gozzi. (2024, Jan 29). Europe migrant crisis: Albanian court greenlights migration deal with Italy. BBC. Retrieved from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8132537
[8] Supra note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