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동향

현지 시간으로 28일,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되어있는 ‘모나리자’에 수프를 투척하는 시위가 발생하였고, 여성을 찍은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모나리자 앞에 선 여성의 티셔츠에는 시위대가 속한 단체인 ‘식품 반격’(Riposte Alimentaire)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환경 보호를 위한 미술품 테러로 알려졌으나, 현재 유럽연합의 농업 계획에 반발하여 유럽 전역에 발발한 농민 시위의 맥락에서 이해할 때 그 이유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예술인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에 대한 권리인가?” 라는 시위대의 발언은 지금 유럽사회가 직면한 농업과 환경 갈등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단체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현재 (프랑스의) 식량 모델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낙인 찍고, 그들에게 음식에 접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고 시위의 목표를 설명했다.[2]

프랑스에서 잇따라 일어난 시위들이 반대하는 것은 ‘가격 상승’과 ‘EU 규제’이다. 시위를 이끄는 프랑스 전국농민연합(FNSEA)은 농민들의 취약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프랑스 정부가 농부들이 주로 사용하는 디젤 연료에 대한 세금을 오염성을 이유로 증가시키는 등, “생태적 전환에 대한 비용을 농민들에게 전가” 시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유럽 연합의 농업에 대한 규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산 단가가 상승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농민들이 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연합이 약속한 공동 농업 보조금(CAP)이 약속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농부들의 주장이다. FNSEA는 웹사이트를 통해 “수용 가능한 수준의 실천 조건”을 정립해야 한다며 최근 프랑스의 높은 환경 규제를 반대했다. [3]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 및 ‘표지판 뒤집기’ 시위는 계속될 예정이다.

프랑스의 신임 총리 가브리엘 아탈은 “농민들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몇 주 안에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 약속하는 등, 농민 시위대와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4]. 반면, 프랑스의 극우파 정당인 ‘국민연합(RN)’과 독일의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농민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며 올해 6월에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예비하고 있다.

예술품을 훼손하는 형식의 시위는 대중들에게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방탄 유리로 보호된 모나리자에 투척했다는 사실에서, 시위의 목적은 미래 세대에게 예술이라는 유산을 남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유럽이 환경 규제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은 당장 펼쳐진 이 갈등을 정치가 어떻게 ‘통합’해 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유럽이 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는가에 따라 세계의 행보 역시 결정될 것이다.

유럽 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 보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하더라도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갈등이 시민과 시민, 시민과 정부 사이에 벌어지고 있음을 유럽의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역시 환경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국내에 적용하게 된다면 필시 이런 갈등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유럽은 미래 한국의 지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