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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알바니아 헌법재판소는 알바니아가 이탈리아와 체결한 이주민 협정의 위헌성에 대해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주된 쟁점은 알바니아 정부가 이주민 센터가 들어설 자국 영토의 관할권을 이탈리아 정부에 양도하기로 한 사실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3월 6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사안에 쏠린 양국의 관심을 고려할 때 판결이 그 이전에 선고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1]
양국 간의 협정은 지난해 11월,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라마 알바니아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그들의 계획에 따르면, 알바니아 슈엔진 항구에는 이주민들이 망명 신청이 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시설을, 그리고 쟈데르 지역에는 송환 대상 이주민을 위한 시설이 지어진다. 이탈리아 해경이 아드리아 해상에서 난민을 구조하면 이를 맞은편 알바니아로 보낸다는 계획으로, 구조된 두 난민센터의 수용 인구는 합하여 3천명 정도가 될 것이고,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알바니아에서 연간 3만 6천명의 망명 신청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2]
이번 이주민 협정은 두 국가의 이익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는 최근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의 수가 급증하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알바니아의 경우 이탈리아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현재 EU 가입후보국 지위에 놓여있는 만큼 EU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탈리아 도움을 받길 기대할 것이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이 알바니아에게 과거 비슷한 요청을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이탈리아를 선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예측은 더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3]
그러나 해당 계획에 대한 반대 입장의 목소리가 매우 큰 상황이다. 슈엔진은 알바니아의 인기 휴양지로, 지역민들은 이주민들로 인해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쟈데르의 경우 이곳에 세워질 난민센터가 오직 남성 이주민들만 수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번 계획에 대한 거부감이 더더욱 극에 달해 있다. 알바니아 야당은 정부가 영토 일부를 이탈리아에 넘겼다며 영토 주권을 명시한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하고, 국가의 외국인 혐오가 팽배해질 것을 예고하기도 하였다. 베리샤 전 알바니아 총리는 난민 센터가 일으키는 문제점을 짚으며 알바니아가 “통상 외국인을 매우 반기는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매우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4]
미야토비치 유럽평의회 인권 담당 위원은 더 나아가 ‘망명의 외주화’가 유럽 내 도미노 효과처럼 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5] 현재 덴마크와 독일, 영국에서도 이탈리아와 비슷한 난민 정책을 검토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중 영국은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내용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계획은 이탈리아의 것과는 달리 망명 심사 후 거주 책임까지 르완다에 지운다는 점에서 난민들의 기본권이 더욱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난민은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학대 등의 실질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르완다는 지난 2020-2022년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출신 난민의 망명 신청을 전부 기각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제네바 협약은 난민이 자신의 생명이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생길 수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돼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망명 외주화 계획은 국제법의 의무 또한 명백히 위반한다.[6]
지난 동향에서도 다룬 적 있는 EU의 ‘신(新)이민·난민 협약'은 망명 신청자가 망명 심사 기간 동안 EU 국경 밖에 머무는 것을 EU 차원에서 허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의 난민 보호 책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알바니아의 헌재 결정에 따라 이탈리아-알바니아 협정 비준 절차가 무산될지, 아니면 재개되어 추후 다른 EU 국가의 난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