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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독일 농민들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대거 결집했다. 광장 앞 도로에는 1만 명 이상의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 5000대와 트럭 2000대가 줄지어 서 있는 바람에 한 때 시내 버스 운영이 중단되는 등 일대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였다. 해당 시위는 지난 8일부터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독일 전역의 농민 시위대가 대규모로 뜻을 모아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앞까지 다다른 것이다.[1]
이번 시위는 현재 대대적인 긴축 재정이 필요한 독일 정부가 지난 4일 연평균 3000유로의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고, 농업용 차랑에 도로세를 부과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다. 정부는 2021년 팬데믹 대응에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기후변화기금으로 바꾸어 신규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발표하였으나,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예산 불용액을 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총 170억유로 가량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나, 농민들의 극심한 저항으로 인해 그들의 계획이 주춤한 상태이다.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하여 그들에게 제공되는 보조금을 3년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육류, 계란 및 유제품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독일 농민연합은 정부가 정책 추진을 완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2]
타협안 협상이 불발되면서, 시위대 일부는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15일 시위대를 찾아 보조금 삭감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으나, 농민들은 야유와 함께 '거짓말쟁이'를 외쳤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였다.[3]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은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이른바 '신호등 연정(자민당·사민당·녹색당)'과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는 치명적이다. 팬데믹 이후 국내총생산이 또 한 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독일 내에서 포퓰리스트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2당으로까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가 반 정부투쟁으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숄츠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며, 시위에 대한 극우 정당의 개입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4]
그런가 하면 독일 쾰른에는 "파시즘에 맞서자"라는 팻말을 들고 독일의 극우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하였다. 지난 16일, AfD의 당원들이 독일 내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는 계획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일자 쾰른에서만 1만 명이 모였고, 베를린과 함부르크, 에센 등 주요 도시에서 AfD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5] 해당 시위는 AfD를 둘러싼 의혹뿐만 아니라 최근의 농민 시위대에 맞선 '맞시위'의 성격을 띠면서 독일 전역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