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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권 교체: 신구권력의 불편한 동거

작성자 하수민 인턴 날짜 2024-01-16 19:30:32 조회수 86

지난 10일, 폴란드 경찰이 폴란드 대통령궁에서 전 정부 전직 장관과 차관을 체포하였다. 이는 최근 폴란드의 정권교체에 따른 신구정권 간 충돌의 일면으로, 새롭게 취임한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앞으로의 개혁에 있어 야당과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극심한 반발에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문

지난 10일, 폴란드 경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사면된 마리우시 카민스키 전 내무부 장관과 마치에이 봉시크 전 내무부 차관을 대통령궁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8년간 집권하다가 지난 10월 총선 패배로 인해 집권당의 자리에서 내려온 포퓰리즘 성향의 우파 정부 법과정의당(PiS) 소속 인물들로, 2007년 중앙부패방지국(CBA)의 국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연립정부 내 정치인과 관련한 사건을 조작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들에게는 징역 3년이 각각 선고되었으나, 당시 새롭게 취임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항소심 중이던 이들을 사면하여 이들은 PiS 집권 기간 동안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1]

그러나 지난 12월 폴란드에서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을 맡았던 친EU 성향의 도날드 투스크 후보가 새 총리로 선출되었고, 그는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공언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두다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이 다시금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법원이 두 정치인의 체포를 명령하였을 당시 그들은 두다 대통령의 ‘초대’를 받고 대통령궁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두 정치인은 체포가 부당한 정치보복에 해당한다며 옥중 단식을 선언했으며, 두다 대통령 역시 두 사람이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2]

지난해 10월 실시된 폴란드 총선에서는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이 35.4%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으나, 주요 야당의 협력 거부로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2위를 차지했던 시민연단은 이후에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투스크 새 총리는 선출 직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법과정의당 정권은 끝났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내일부터 모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누구나 예외 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3]

그러나 폴란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국가로, 유권자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군통수권과 법안거부권, 그리고 의회해산권 등을 행사한다.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임기는 2025년까지이고, 그는 과거 PiS의 지지로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 PiS 측 인사이다.[4] 이때문에 PiS 소속 정치인 체포와 이를 둘러싼 반발 등 신구 정권이 총선 이후 사사건건 부딪치며 정치적 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두 권력은 새 정부의 공영 언론 정책을 놓고서도 한차례 충돌을 겪은 바 있다. 투스크 정부의 문화부는 지난달 20일 공영 언론이 PiS의 극우 포퓰리즘 대변자로 전락하였다는 이유로 국영 TV, 라디오, 뉴스 통신사의 사장과 이사진을 모두 해임한 뒤 새로운 이사회를 출범시켰다. 이에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였고, 야당 소속 인사가 남아있는 국가미디어위원회(RMN)가 신임 사장을 다시 임명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두다 대통령 역시 신정부의 공영 언론 지원금을 책정한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야당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5]

투스크 총리는 총선 전후로 공영 언론의 개혁 외에도 정치화된 사법기관의 개혁, 엄격한 임신중지 규제의 완화,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등 진보적이고 친EU적인 정치를 예고하였다.[6] 그러나 야당의 격한 반발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인해 개혁의 성공 여부에는 당분간 안개가 드리울 예정으로 보인다.

 

함의

유럽연합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기금으로 폴란드에 할당된 354유로(약 50조원)의 집행을 지금까지 미뤄왔다. 이는 폴란드의 헌법재판소가 EU 조약보다 자국 헌법이 우선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법률 측면에서의 유럽연합 탈퇴” 의지를 내비치는 등의 반 EU적 행보 때문이다.[7] 투스크 총리 당선 이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EU와 관련된 그의 경험과 신념이 폴란드 국민의 이익을 위한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데 있어 귀중하다고 말하였다.[8] 투스크 정부는 밀린 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폰데어라이엔이 말한 ‘더 강한 유럽’을 만들기 위한 폴란드의 개혁을 서둘러야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개혁이 오히려 더욱 큰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유럽 밖에 있는 우리나라 역시 폴란드의 정권 교체로 인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했던 PiS는 2022년 한국 방산업체들과 대규모 무기 수입 계약을 맺었으나, 새롭게 집권한 진보당이 이를 파기하고 독일, 프랑스 등 EU 국가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9] 폴란드의 정권교체가 EU 내외에 여러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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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김계연. (2024. 1. 10). 폴란드 대통령궁서 야권 정치인 체포…신구권력 또 충돌. 연합뉴스. Retrieved from https://www.yna.co.kr/view/AKR20240110164300082?input=1195m
[2] Ibid.
[3] 신기섭. (2024. 1. 10). 대통령궁으로 피신한 야당 의원 체포…폴란드 정권 교체 이후 무슨 일이?. 한겨례.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123753.html
[4] Ibid.
[5] Brzezinski, B. (2023, Dec 27). Poland’s media revolution turns into a political battle. Politico. Retrieved from https://www.politico.eu/article/poland-media-revolution-pis-law-and-justice-tusk-duda/
[6] 노지원. (2023. 1. 18). 폴란드 우파포퓰리즘 집권 끝나…반EU·반소수자 정책 바뀌나.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112495.html
[7] European Commission. (n.d). Poland’s recovery and resilience plan. Retrieved from https://commission.europa.eu/business-economy-euro/economic-recovery/recovery-and-resilience-facility/country-pages/polands-recovery-and-resilience-plan_en
[8] Von der Leyen, U. (2023, Dec 12). Congratulations @donaldtusk on becoming Poland’s Prime Minister. Twitter. Retrieved from https://twitter.com/vonderleyen/status/1734271491305247042
[9] 김관용. (2024. 1. 11). 폴란드 新정권 '판흔들기'에 K방산 노심초사…수출금융지원법은 언제?. 이데일리. Retrieved from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03766638756736&mediaCodeNo=257&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