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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과잉 관광 딜레마: 유럽의 골칫덩이 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작성자 하수민 인턴 날짜 2024-01-07 20:48:41 조회수 302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대규모 관광을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 이전에 버금가는 과잉 관광에 몸살을 앓고 있으나, 관광 산업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유럽은 현재 과잉 관광과 경제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본문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인 베니스가 대규모 관광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확성기 사용과 25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 관광객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은 올해 6월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베니스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무라노, 부라노, 토르첼로에도 적용된다. 베니스의 한 시의회 공무원은 규제를 통해 "소음과 소란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1]

과잉 관광으로 인해 베니스 시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성수기에 베니스에 방문하는 14세 이상의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5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던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벤투리니 시 의원은 연휴 기간에 도시가 대규모 관관객으로 붐비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밝혔는데, 실제로 어마어마한 수치의 관광객은 소규모의 운하 도시인 베니스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다.[2]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베니스 시의 크기는 7.6평방 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2019년에는 약 1300만명의 관광객이 도시를 찾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그 수치는 줄었지만,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이른바 ‘보복 관광’이 늘면서 앞으로의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3] 막대한 숫자의 관광객의 비해 베니스 시의 거주인구는 1950년대 13만명 정도를 기록했지만, 치솟는 물가와 관광객들에게 주객전도 된 주민생활로 인해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다 현재는 5만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4] 유네스코는 2023년 여름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와 관광의 영향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베니스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베니스 시의 일련의 노력 덕분에 최종적으로는 등재를 면할 수 있었다.[5]

유럽 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베니스와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등 대형 크루즈 선박이 드나드는 국가의 도시들은 아예 입항을 제한하고 있고, 영국 맨체스터와 포르투갈의 어촌 마을 올량 등은 관광세를 새롭게 도입하기도 하였다.[6] 스페인의 마요르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등 여름철에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의 경우 나체로 시내를 활보하는 행위,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하였다.[7]

이처럼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와 이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럽의 관광 산업은 유럽 경제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든든한 ‘돈줄’이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C)에 따르면 2022년 관광 산업은 유럽 경제에 약 2천 650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겼다. 유럽 전역에서는 약 3천 470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지중해 지역 GDP의 약 15%가 관광업에서 창출된다. 이탈리아의 한 해 관광 수입은 국가 보건 예산과 맞먹는 정도이고, 한때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의 유명 여행지 산토리니는 GDP의 90%가 관광업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포르투갈은 팬데믹이 끝난 2022년에 전년보다 8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보았을 때, 유럽 내 관광이 중단될 경우 지역 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8]

이처럼 유럽은 과잉 관광과 관광 산업이 무너졌을 때의 경제 타격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유럽인들 역시 과잉 관광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엔데믹 이후의 보복 관광은 유럽 에서도 벌어졌고, 2022년 영국에서는 7천만명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핀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 4명 중 3명 또는 그 이상이 해외로 휴가를 떠났다고 집계되기 때문이다.[9]

 

함의

유럽은 오랜 역사와 건축물, 그리고 여러 지리적 명소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곳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유럽 또한 관광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베니스 등의 지역이 일부 관광 형태를 규제한 것과 같이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이것의 실질적인 효과 또한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2018년 유럽 의회에서 발표한 ‘관광산업의 영향과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광을 전부 조사하고 문제점을 수집하는 것 마저도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때문에 EU 과잉관광 관리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TF에는 공공 부처 뿐만 아니라 관광업과 관련된 운송기업 등의 민간 부문, 지역 주민 등 관광과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하기도 하였다.[10]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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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G. Wright, A. Durbin. (2023, Dec 31). Venice to ban large tourist groups and loudspeakers. BBC News.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7851201
[2] Venezia Unica. (n.d.) https://www.veneziaunica.it/en/content/practical-information#Touristtax
[3] Supra note 1
[4] ISTAT, n.d. Retrieved from https://esploradati.istat.it/databrowser/#/en/dw/categories/IT1,POP,1.0/POP_POPULATION/DCIS_POPRES1/IT1,22_289_DF_DCIS_POPRES1_1,1.0
[5] Venice avoids being added to UNESCO list of endangered sites. (2023, Sep 15). Reuters.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venice-avoids-being-added-unesco-list-endangered-sites-2023-09-14/
[6] 송진원. (2024. 1. 1). 붐비는 건 싫지만 든든한 돈줄…유럽 '과잉 관광 딜레마'. 연합뉴스. Retrieved from https://www.yna.co.kr/view/AKR20231231039500081?section=international/europe
[7] C. Rodriguez. (2323, Jul 31). Tourists Go Home! Fed Up With Over-tourism, European Hotspots Impose Bans, Fines, Taxes. Forbes. Retrieved from https://www.forbes.com/sites/ceciliarodriguez/2023/07/31/tourists-go-home-fed-up-with-over-tourism-european-hotspots-impose-bans-fines-taxes-and-traps/?sh=6c3709bb65f5
[8] Supra note 6
[9] Ibid.
[10] European Parliament. (2018) Research for TRAN Committee - Overtourism: impact and possible policy responses. Retrieved from https://www.europarl.europa.eu/RegData/etudes/STUD/2018/629184/IPOL_STU(2018)629184_EN.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