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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극우주의: 피데스 정당의 ‘주권 법안’ 발의

작성자 하수민 인턴 날짜 2023-11-18 13:30:31 조회수 259

11월 14일 헝가리의 피데스 정당이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사무소를 설치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헝가리의 독립언론사와 반정부 시민단체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헝가리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전반이 민족주의 및 탈세계화 흐름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본문

지난 14일, 헝가리의 집권당이자 보수 우파정당인 피데스(Fidesz)가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사무소를 설치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피데스는 해당 법안의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게르게이 굴리아스(Gergely Gulyás) 헝가리 총리 비서실장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특정 정당에 대한 해외 국가의 자금 지원 등을 국가가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정당의 한 입법자는 해당 법안이 좌파 성향의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1]

헝가리의 독립언론사와 반정부 시민단체는 해당 법안 발의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독립언론사 텔렉스(Telex)는 헝가리 정부가 주권을 핑계로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였다는 경고문과 영상을 제작하여 홈페이지에 업로드하였다. 또한 헝가리 인권 단체인 헝가리 시민 자유 연합(Hungarian Civil Liberties Union)은 법안 발의 직후 피데스 정당에 대해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정당에게서 그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2]

‘주권 법안’을 발의한 피데스 당을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총리에 당선된 후 2022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그는 스스로를 “헝가리 국익의 수호자”(the defender of national interests)[3]라고 칭하며 반정부적 성격을 띠는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해왔다. 그는 이번에 새롭게 발의된 법안 외에도 2018년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을 통과시켜 헝가리 비정부기구(NGO)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기도 하였다. 스톱 소로스 법은 헝가리 내 NGO에 대한 외국 기부금에 대해 25%의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NGO의 활동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정부가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당 법안에 ‘소로스’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은 오르반 총리가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할 당시 난민 지원 단체를 후원한 소로스 재단을 “무슬림 이민자들을 헝가리에 끌어모으는 집단”이라고 공공연하게 비판하였기 때문이었는데, 결국 소로스 재단은 법안이 통과된 해에 헝가리 사무소를 폐쇄해야 했다.[4]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021년 헝가리의 스톱 소로스 법안에 대해 결사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차별적이고 부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해당 법이 지체 없이 바뀌지 않을 경우 헝가리에 대한 재정적 불이익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5] 실제로 EU는 2022년 오르반 정부의 NGO에 대한 규제 뿐만 아니라 이민자 수용 거부, 성소수자 차별 정책 등을 지적하며 헝가리에게 주어지는 EU 결속 기금 220억 유로(한화 약 31조 9,904억 원)에 대한 지급 중단을 결정했다. 헝가리는 기금 동결 해제를 위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사법부 개혁안을 EU에 제출하였지만, 익명의 EU 관계자들은 이는 헝가리의 개혁 과정 중 극히 일부에 해당되므로 기금 동결 해제까지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6]

 

함의

오르반 총리의 집권 이후 이어지는 반정부적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통제는 유럽의 전통적 가치로 강조되는 민주주의와 다자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때문에 2021년 ECJ의 판결과 EU의 기금 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발의된 피데스 정당의 ‘주권 법안’은 EU 내 헝가리에 대한 평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그리고 중동지역의 정치불안으로 인한 유럽 내 난민 수 급증 등의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헝가리 뿐 아니라 EU 전반이 민족주의와 탈세계화를 요구하는 경향, 즉 ‘우파 흐름’에 놓여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7] 이러한 상황에서 EU는 2024년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오르반 총리 역시 이를 위한 선거운동을 활발히 펼치는 중에 있다. 선거를 통해 구성된 범국가적 정치그룹이 유럽의회에서 정당 역할을 하는 만큼, EU 정치인들은 앞으로의 선거 유세와 정치활동에 있어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사항을 세심하게 고려하되 EU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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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Hungary flags 'sovereignty' bill to target foreign influence. (2023, Nov 9). Reuters. Retrieved from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hungary-flags-sovereignty-bill-target-foreign-influence-2023-11-09/
[2] Bayer, L. (2023, Nov 13). Hungarian plan to target foreign influence fuels NGO and media fears. The Guardian.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nov/13/hungary-plan-target-foreign-influence-ngo-media-fears-sovereignty
[3] Reuters, supra note 1.
[4] 박승희. (2018. 5. 15). 극우정부 反NGO 법안에…소로스재단, 헝가리 떠난다. 뉴스1. Retrieved from https://waww.news1.kr/articles/?3318203
[5] 허경주. (2021. 11. 17). 유럽 최고법원, 헝가리 反난민 '스톱 소로스'법에 제동. 한국일보. Retrieved from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111710460004420.
[6]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 (2023). [이슈트렌드] 헝가리, EU 기금 동결 해제를 위한 사법부 개혁 착수... 성소수자, 이민자 수용 문제 해결은 요원. Retrieved from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mid=a30200000000&systemcode=07&brdctsNo=346895
[7] A fresh wave of hard-right populism is stalking Europe. (2023, Sep 14). The Economist. Retrieved from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3/09/14/a-fresh-wave-of-hard-right-populism-is-stalking-eur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