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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코소보 북부 바니스카(Banjska) 마을 인근에서 코소보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였다. 이는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인 분리독립을 선언한 후 극심해진 민족 갈등의 연장선상에 놓인 사건이었다. 양국의 관계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도모하는 유럽연합은 지속적으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9월 24일 세르비아계 무장 괴한들이 코소보 북부 바니스카 마을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들을 공격해 경찰관 한 명이 사망하였다. 이후 무장 괴한들은 근처 수도원으로 도주했으나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무장 괴한 세 명이 사망했고, 세 명이 체포되었으며, 적어도 세 명의 괴한들이 세르비아로 탈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치러진 코소보 북부지역의 지방선거에서 세르비아계의 ‘선거 보이콧’으로 인해 알바니아계가 대거 당선됨으로써 두 국가 사이에 더욱 깊어진 민족 갈등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었다.[1]
알빈 쿠르티(Albin Kurti) 코소보 총리는 이번 사건을 세르비아의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며 코소보를 공격하는 조직범죄 단체가 세르비아 정부의 정치적,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부치치(Aleksandar Vucic)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의 4월 지방선거 결과가 일부 세르비아인들을 도발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였다. 또한, 그는 세르비아의 헌법적 관점에서는 사망한 경찰관과 무장 괴한 모두 세르비아의 국민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특히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히며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확고히 하였다.[2]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코소보 경찰관에 대한 무장 세력의 끔찍한 공격을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며 “책임 있는 가해자들은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3]
발칸반도 지역의 코소보는 구 유고슬라비아 시절 자치주로 인정받았으나, 1992년 민족주의 성향의 밀로셰비치(Milosevic) 세르비아 대통령에 의해 자치권을 박탈당하였다. 코소보가 무력 독립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와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으로 다른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민족은 세르비아의 극심한 인권 탄압을 겪어야 했고, 결국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세르비아군에 대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친 후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이후 2008년 2월 코소보가 일방적인 분리독립을 선언하였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대다수 거주하고 있는 코소보 북부지역에서 극심한 민족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EU는 발칸 지역의 안정을 위해 2011년부터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의 화해 협상을 시도해왔다. 양국 모두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EU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화해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U는 총격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23년 2월에도 세르비아-코소보 관계 개선 중재안을 제안하였고, 보렐 대표의 주재 하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해당 중재안에 대한 두 국가의 잠정적인 합의를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3주 뒤에 열린 해당 중재안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서는 양국 대표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결국 최종 서명에 실패하였다. 보렐 대표는 지난 6월 대면 협상을 거부하는 각국의 대표를 직접 만나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였지만, 양국 모두 현재 상황과 협상안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4]
세르비아의 코소보 독립 승인과 이를 비롯한 두 국가의 화해,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들의 EU 가입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두 국가 간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뿐만 아니라 다수 국가의 정치적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00개 국 이상이 코소보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자국에서 민족 간 영토 분쟁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EU 회원국인 스페인, 사이프러스 또한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국내 독립주의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 남기지 않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그들의 목표인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양국의 EU 가입과 EU가 발칸 반도에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을 지렛대 삼아 두 국가의 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