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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튀르키예-스웨덴-NATO 정상 회담이 종료된 뒤, 튀르키예가 보류 중인 스웨덴의 NATO 가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이 지속적으로 표명해 오던 스웨덴의 가입에 대한 이의를 철회했으며,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입이 완료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당일 오후까지만 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의 EU 가입 절차 재개에 협조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스웨덴은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군사중립 기조를 폐기, 5월에 핀란드와 함께 NATO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NAT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각 의회에서 신청국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해야 한다. 이후 핀란드는 금년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되었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에 부딪혀 가입이 반려되었다. 이는 튀르키예가 테러 조직으로 여기는 반(反)튀르키예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및 2016년 쿠데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종교 단체를 탄압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테러방지 법안을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튀르키예는 지속적으로 스웨덴이 보다 더 강경한 대테러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에는 주요한 이슬람 휴일에 코란을 공개적으로 태운 행위가 화두에 올랐고, 에르도안은 이와 같은 이슬람 혐오에 대항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NATO는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면 “대테러 특별조정관” 직책을 신설해 양국 간 협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튀르키예가 입장을 분명히 했으니 헝가리의 반대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
한편, 튀르키예 역시 EU와의 관계를 재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유럽 연합 고위 관리는 튀르키예와 EU는 이민 및 난민 문제, 튀르키예 국민들의 EU 비자 면제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의했다고 짚었다. 간단히 튀르키예의 EU 가입 신청의 역사 및 동향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튀르키예는 1987년 EU 가입을 신청했으며, 1999년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고, 2005년부터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EU 가입 협상은 일반적으로 길어 평균 10년 소요되는데, 튀르키예는 공식적으로는 18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그 중 5년간은 사실상 중단되어 있었다.
가입 협상은 코펜하겐 기준이라고 알려진 일련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회원국 가입을 위한 기초적인 요건을 정리한 것인데, 인권 존중, 활발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을 내세우고 있다.
EU는 2018년 튀르키예와의 가입 협상을 비공식적으로 중단했는데, 그 이유로는 튀르키예의 인권 및 법치주의 존중 부족을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권위주의적, 독재적인 정권 기조를 내세우기 시작한 뒤 공무원들이 이유 없이 해고되고 조직이 이유 없이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 튀르키예의 인권 및 법치주의 존중의 기준이 약화되었기에 전문가들은 EU 가입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또한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인 그리스와 키프로스 공화국과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튀르키예가 1974년 키프로스 북부 일부에 튀르키예어 사용자 소수민족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 하에 군대를 유지하고, 키프로스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착화되고 얼어붙은 갈등 중 하나로 지목되는 키프로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정체되어 왔는데, 튀르키예가 EU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해당 방향으로도 진전을 이룰 필요가 있다 [2].
함의
EU가 튀르키예의 가입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동쪽으로 확장하여 시리아, 이란 및 이라크와 국경을 맞댈 수밖에 없게 되며, 이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 EU의 주요 정책 과제인 이민 및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요한 창구인 튀르키예와의 대화의 필요성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본 NATO 회담을 계기로 튀르키에와 EU의 대화 역시 가속화되길 바란다.
한편 스웨덴이 회원국이 되면 동유럽과 발트해, 북극해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있게 되고, 미국의 안보 부담이 낮아지며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
11일 현지시각, 한국 역시 NATO 정상회의에 참여해 대테러 협력, 인공지능·우주·미사일·양자기술 등 신흥 기술, 군축 및 비확산 등 한-NATO 국가별 적합 파트너십 프로그램 (ITPP)를 체결했다. 4년 간의 장기적 협력 도모의 일환으로 전통적 군사 영역 뿐만 아니라 사이버훈련 등 신흥 영역까지도 확대된 협력을 도모할 예정이다.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 최상위 전략개념으로 규정하여 견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NATO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또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한국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4].
[1] https://www.yna.co.kr/view/AKR20230711004353098?input=1195m
[2] https://www.nytimes.com/2023/07/11/world/europe/turkey-eu-membership.html
[3]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30712/120188929/1
[4]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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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 및 편집: 김미나, YU-JMCE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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