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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히잡 착용: 유럽사법재판소, 공공기관서 ‘종교적 상징물 금지’ 적법 판결

작성자 하수민 인턴 날짜 2023-12-09 23:26:17 조회수 527

지난 11월 28일, 유럽사법재판소가 유럽의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종교적 상징물 착용의 금지가 완전히 중립적인 행정 환경 조성이라는 정당한 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보았으나,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유럽 내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본문

지난 11월 28일, 유럽연합의 최고 상급 법원격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유럽의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벨기에 동부 앙스시(市) 자치단체에서 일하는 한 무슬림 여성에 대해 이루어진 것으로, 그녀는 2016년부터 기관의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백오피스’의 소장으로 일해오다 2022년 2월 자신이 히잡을 쓰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했고, 그들은 한 달 뒤 고용조건을 수정하여 공공기관의 직원은 근무의 종류와 상관없이 그들의 철학적 또는 종교적 믿음을 드러내는 어떠한 상징물도 착용할 수 없다는, 근로자의 배타적 중립성’(exclusive neutrality)을 요구하였다. 사건의 당사자인 직원은 벨기에 노동법원에 이에 관해 소송을 제기하였고, 노동법원은 ECJ에 대해 앙스시의 고용조건이 EU의 ‘2000년 고용 및 직업에 관한 균등대우를 위한 일반 지침(2000/78/EC)’에 위반되는 것인지에 대한 선결적 판결을 의뢰하였다.[1] 유럽연합 지침은 개별 회원국에 대해 지침이 제시하는 정책 목적과 내용을 국내 법률 및 사회 구조에 맞게 입법화할 수 있는 재량을 허락하지만, 법적 구속력을 지니기에 국내법이 EU 지침에 어긋나면 ECJ는 해당 법률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2]

유럽사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에서 공공기관이 중립적인 행정 환경을 갖추기 위해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는 어떤 상징물에 대해서도 직원의 착용을 금지한 것이 2000/78/EC 지침의 제2조 제2항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차별이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필요성과 비례성을 갖추었을 경우 유럽연합의 평등한 대우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ECJ는 앙스시 자치단체의 고용조건 개정이 중립적인 행정 환경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선 특정 종교인이 아닌 모든 직원들에게 배타적 중립성을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해당 조치의 정당성, 필요성 그리고 비례성을 모두 인정하였다. 또한, 재판소는 2000/78/EC는 지침인만큼 이를 국내법에 적용시키는 데 있어 개별국가, 즉 벨기에가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하였다.[3]

일각에서는 ECJ의 판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유럽의 무슬림 청년 및 학생 조직 포럼(FEMYSO)은 재판소가 아무리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공공기관에서의 종교적 상징물에 대한 금지는 무슬림의 히잡이 '종교적 중립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해당 판결은 히잡을 쓰는 무슬림 여성들을 유럽의 공공 근무지에서 완전히 사라지도록 하는 것을 정당화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무슬림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종교에 대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4]

 

함의

유럽에서의 무슬림 여성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에 관한 논쟁은 수십 년간 이어져왔다. 2000년대부터 벨기에를 비롯한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의 국가는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와 눈을 제외한 얼굴과 머리를 가리는 ‘니캅’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가장 최근에는 스위스 의회가 지난 10월 20일 니캅의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0프랑(한화 15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연방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5] 이번 벨기에 노동법원의 요청에 따른 ECJ의 선결적 판결 또한 결국 유럽 각국이 공공기관에서의 히잡 착용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이자 앞으로의 유사한 사례에 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타 우르타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에서는 누구도 여성에게 무엇을 입어야 할지, 입지 말아야 할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6] 유럽연합이 명시하고 있는 EU의 목표 및 기본적 가치에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존재하지만, 기독교 등 특정한 종교에 기반한 가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다면 이는 그들의 유럽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일일 것이다. 과연 일체의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고 자유인 것인지, 이로 인해 누구의 어떠한 권리가 침해되는지에 대해 안전하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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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OP v Commune d'Ans (C-148/22) [2023] para.12-18
[2] European Union Directives. EUR-Lex. (n.d.). Retrieved from https://eur-lex.europa.eu/EN/legal-content/summary/european-union-directives.html
[3] OP v Commune d'Ans para.33-34
[4] A. Kassam. (2023, November 29). Government offices in EU can ban wearing of religious symbols, court rules. The Guardian.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nov/29/government-offices-in-eu-can-ban-wearing-of-religious-symbols-court-rules
[5] 이유정. (2023. 10. 20). "쓰게 해줘" "벗을래"…프랑스·이란 정반대 히잡 전쟁, 무슨 일. 중앙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227#home
[6] G. Tétrault-Farber. (2023, September 28). UN body questions French move to bar its athletes from wearing hijab at Paris 2024. Reuters. Retrieved from https://www.reuters.com/sports/un-body-questions-french-move-bar-its-athletes-wearing-hijab-paris-2024-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