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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반이민 혐오 확산: 흉기난동 사건으로 촉발된 폭력시위

작성자 하수민 인턴 날짜 2023-12-04 15:01:46 조회수 264

11월 23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한 학교 근처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SNS 상에서 해당 사건 용의자가 무슬림 이민자라는 주장이 확산되자 더블린 시내 반이민 시위가 촉발되었고, 해당 시위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였다. 경찰은 반(反)이민주의 선동과 이민자 혐오 조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본문

지난 23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위치한 콜리스트 뮤어 기독교계 학교 앞에서 흉기난동이 발생했다. 용의자로 체포된 50대 남성은 학교 재학생 3명과 교사 한 명을 공격하였고, 이로 인해 용의자를 포함한 총 다섯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중 5세 여자 아이와 30대 여성 교사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와는 관련 없는 용의자의 단독 범행이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1]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블린 시내 반이민 시위를 촉발시켰다. 소셜미디어에서 흉기 난동 용의자가 알제리 출신의 무슬림 이민자라는 주장이 확산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날에 시위를 위해 약 100명의 시민이 더블린 중심가에 모였으며, 그중 일부는 이민자들이 모이는 호스텔 등지를 공격하거나 쇠파이프로 상점 유리창을 부순 후 물건을 약탈하였고, 경찰차와 버스, 트램에 불을 지르는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경찰은 400명이 넘는 인력과 헬리콥터 등의 장비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였고 현장에서만 34명을 체포하였다. 경찰은 추가 가담자를 찾기 위해 CCTV를 분석 중에 있으며, 반이민주의 선동과 이민자 혐오 조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을 예고하였다.[2]

수사 대상에는 유명 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1천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자신의 SNS에서 이민자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X(옛 트위터)에서 “아일랜드는 (이민자들과의)전쟁 중”이며, “아일랜드에 존재해선 안 될 사람들 때문에 우리 여성과 아이들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는 의견을 표하였다. 그러나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부총리는 맥그리거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수치스럽다”면서, “증오와 선동을 조장하는 것을 아일랜드 정부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3]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반이민 시위를 촉발시킨 이번 흉기난동 사건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이주민이 존재하기도 한다. 1년 전 더블린으로 이주한 브라질 출신의 카이우 베니시우는 사건 당일 현장 근처에서 음식을 배달 중이었는데, 칼을 들고 공격하는 범인을 목격하고 자신이 쓰고 있던 헬멧으로 그를 수차례 가격해 범죄에 맞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성원하는 온라인 모금 페이지가 잇따라 생겼으며, 그중 ‘카이우 베니시우에게 맥주 한 잔 사라’(Buy Caio Benicio a Pint)라는 제목으로 개설된 페이지에는 30만 파운드(약 4억 7천만원)이 모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두 아이의 부모이고, 부모라면 그 상황에서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브라질에 남아 있는 가족을 아일랜드로 데려오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4]

함의

아일랜드의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65,000명으로 추산되었던 난민 유입에 대비하여 아일랜드 곳곳에 난민 대피소가 설치되자, 같은 해 11월 수도 더블린뿐만 아니라 코크문, 킬데어, 워터포드 등의 지역에서 수차례 반이민 시위가 열렸다. 시위 영상은 SNS 상에서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확산되었고, 극우주의 활동가 토미 로빈슨은 'Plantation 2' 라는 제목으로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듦으로써 아일랜드 내 자국 우선주의 및 반이슬람주의를 더욱 자극하였다.[5] 여기서 제목 '플랜테이션'은 '아일랜드 플랜테이션'이라 불리는 잉글랜드의 16-17세기 아일랜드 식민지화에 빗댄 것으로, 이슬람 이주민들이 기독교가 지배적인 아일랜드에 나타나 ‘제2의 플랜테이션’을 벌이고자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년간 지속되어온 극우주의 성격의 활동이 정부의 안일함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일랜드 정치인 대다수가 비교적 최근에 급부상한 극우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의 시위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고, 이것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6]

19세기 대기근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해외로 집단이주 하였던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인 아일랜드는 현재까지도 대기근 이전의 인구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시민들의 반이민 시위가 계속될 것인지, 그렇다면 이에 대해 앞으로 얼마나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 해답을 갈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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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 민, Yonsei-EU JMCE 인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사회정의리더십학과 학사과정
문의: 02 2123 8156 | soo.ha@yonsei.ac.kr

Works Cited

[1] 장현민. (2023. 11. 29). 더블린 가톨릭계 학교 흉기 난동, 반이민 시위 촉발. 가톨릭평화신문. Retrieved from https://news.cpbc.co.kr/article/1113259?division=NAVER
[2] 유재인. (2023. 11. 25). “외국인이 흉기 난동” 유언비어에… 아일랜드 反이민 폭동. 조선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11/25/GHK4BVWPO5G7FKPIQP6VXFN6PY/
[3] 정인균. (2023. 11. 28). 아일랜드 '반이민주의'와 전쟁 선포…"격투기 선수 맥그리거가 이민자 혐오 조장". 데일리안. Retrieved from https://n.news.naver.com/article/119/0002773652?sid=104
[4] 反이민폭동 촉발 흉기난동 막은 브라질 이주민…'더블린 영웅'. (2023. 11. 26). 한국경제. Retrieved fr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1263947Y
[5] Stephen McDermott. (2023, November 27). The Dublin riots shocked Ireland – but some of us saw this creep to the far right coming. The Guardian.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3/nov/27/dublin-riots-far-right-ireland-anti-immigrant
[6]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