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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佛 사회당 정권이 우회전하는 이유 (2012년 11월 08일)

작성자 Yonsei-EU JMCE 날짜 2023-07-26 05:57:15 조회수 9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0801033137191004

 

 

 

<포럼>  佛 사회당 정권이 우회전하는 이유

 

 

 

 

 

고상두/연세대 일반대학원 교수·유럽지역학

 

 

 

 

 

유럽 경제위기의 모순은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반면에 독일은 통일 이후 최고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모순의 일차적 원인은 교역(交易)의 자유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는 관세와 환율 장벽이 있다. 외국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밀려들 경우 관세나 환율을 인상함으로써 수입 가격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단일시장과 단일화폐를 형성하면서 관세와 환율이 사라졌다. 상품의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독일이 유럽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사실 교역의 자유화라는 기회가 유럽연합(EU)의 모든 회원국에 똑같이 주어졌지만, 독일의 상품이 유럽을 휩쓸고 있는 이유는 국가경쟁력 덕분이다. 1990년대에 독일은 높은 복지비용에 통일비용이 더해지면서 저성장과 고실업을 겪었다. 1998년에 집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좌파정부는 폭스바겐 경영진 출신의 페터 하르츠가 위원장을 맡은 개혁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일하는 복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했다. 이러한 중도적 실용주의 정책 때문에 노동 세력의 지지를 상실한 그는 2005년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오늘날 독일에서는 좌우 모든 세력이 그의 개혁을 칭송한다.

 

 

 

 

 

1995년에서 2007년까지 독일의 물가는 9%, 프랑스는 22%, 이탈리아는 36%, 스페인은 무려 52% 상승했다. 독일은 허리띠를 졸라맨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과도한 복지와 임금상승으로 인한 거품 때문에 물가가 독일의 수준을 능가했다.

 

 

 

 

 

최근 프랑스 경제가 수직낙하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0.1%, 내년 0.4%로 하향 전망되고,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 그리고 유로존의 교역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17%에서 13%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좌파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긴축재정 정책이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올해 4.5%에서 내년에는 EU의 권고 기준인 3.0%로 줄이기 위해, 부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를 그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프랑스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재정건전화는 필요하지만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긴축정책은 경제에 독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국민의 세금 부담이 큰 나라이기 때문에서 세금 인상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은 투자와 고용의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올 봄 취임 직후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방위산업의 루이 갈루아 전 회장을 국가경쟁력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프랑스의 경쟁력이 독일보다 뒤지는 이유를 규명할 것을 의뢰하였고, 갈루아 위원장은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조세 부담은 줄이고 실업복지와 공공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제출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갈루아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프랑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처럼 재정건전화와 경제 구조조정 정책을 동시에 취하지 않을 경우 남유럽 국가보다 더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로서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다. 교역의 자유화가 경제에 독(毒)이라 아니라 득(得)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고용에 부담을 주는 인기영합적인 복지 및 노동정책은 한국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다. 유럽의 사례는 외교안보 못지않게 경제 부문에서도 초당적인 정책 노선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남유럽과 프랑스의 경우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도 문제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기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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